끄적임 공간

무제

레이21 2021. 1. 16. 22:20

'나 자신과의 끝장 토론'을 하고 싶은데, 참 쉽지가 않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 오직 나 자신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파헤쳐야 하는 대상이 '나 자신'이 되는 순간,

열심히 땅을 파고 가다가, 꽉 막힌 공간을 발견하고는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못하는 상태를 직면하고, 멈추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기 쉬우나, 왜 나에 대해서는 말을 하기 어려울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스스로의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부정적인 부분을 크게 인식하고 있었다.

또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나 자신에 대해 파고드는 것에 대해서 내 속에 있는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게 만드는 듯 하다.

 

결국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생각이 너무 많다는 것.

답이 없는 생각의 구렁텅이에서 있노라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전능하고 권위있는 누군가가 그냥 답을 정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대학생 까지만 해도, 이런 답에 맞춰서 실제로 행동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인생은 주관식으로 펼쳐지고, 객관식으로 치면 300개 이상의 객관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듯 하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반짝이고 긍정적인 결론으로 내닫지 않으면

결국 마음 깊은 곳에 있는, 큰 우물 속에 우울함과 부정적인 감정들이 가득 차게 된다.

 

혼자 만의 우물에 갇혀있노라면, 내가 여기에 혼자 갇혀있게 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으로 인해서

결국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쓰고, 이런 마음 그리고 고민을 친구나 연인에게 털어놓는다.

하지만, 털어놓고 진중한 얘기를 해도 또 다시 같은 구조의 불안함에 빠지게 되는 것이 반복됬다.

 

지금까지 겪은 일들을, 찬찬히 돌아보면서 깨닫게 된 결론은,

나와 관련된 고민은, 답을 바깥에서 구하면 안된다는 것.

 

결국 내가 나를 알아야만 하고, 내 뿌리를 내가 관찰하고 바라보고, 이름을 내어줘야 한다는 것을.

멈춰있기 보다는 조금씩이라도 발을 디뎌서 한걸음씩 나아갈 수 있도록 하자.

 

답이 안 나올 수 도 있다. 이게 과연 내 답이 맞나? 의아스러울 수 도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내가 가진 생각, 고민, 그런 것들을 솔직하게 써보자.

 

좀 작고 투박하고 평범하지 않으면 어때, 그냥 이렇게 불안정한 스스로를 인정하고,

내가 나를 사랑해주는 것만이 불안을 탈출하고, 나 자신을 다시 마주하게 할 시작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