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임 공간

꽉막힘이 뚫린 한 주

레이21 2021. 9. 17. 19:49

조금은 두서 없고 정신 없던 한 주 였다. 최근 온 무기력증이 현재의 단계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이 되어서  상담을 받았고, 그 다음에는 성향 나 알아보기 테스트를 통해서 나는 무엇이며, 현 단계에서 나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었다. 상담 및 테스트를 하며 막혔던 시야가 조금 틔여서, 다시 한 번 내 마음을 다 잡고 정리를 해야지, 라고 스스로 다짐했었다.

그런데 다음 날 들려온 건 누군가의 퇴사 소식. 함께 한 시간이 힘들었던 사람이 회사를 나갔고, 그 과정이 너무 순식간이어서 정말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면담을 하게되었는데,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여러 생각들을 거의 80% 이상 털어놓았고, 솔직함을 드러냈다. 부모님과 얘기할 때나 상담할 때 말고는 쉽게 마음을 털어놓지 못했는데, 이상하게 그날은 내 입에서 여러 말들이 술술 나왔다. 내 안에 있던 찌꺼기들 청소를 한 것 같았다. 꽉 막혀있던 돌무더기에 파도가 쳐서 길이 생긴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2일 동안, 정말 간만에 몸에 꽉 끼는 옷을 벗어던진 것 같은 시간을 보냈다. 항상 긴장감에 쌓여있던 내가 간만에 마음 편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그리고 쉬는 것에 대한 죄책감도 덜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나는 꽉 막히고 답답한 환경에 있으면 나도 모르게 엄청나게 의지력을 상실해가는 타입이구나. 다시 한번 떨어진 내 소중한 의지와 여러 아이디어, 나의 의견들을 주섬주섬 줍는 시간을 보냈다. 

운이 좋게도 추석 연휴, 쉬어가는 타임이 왔다. 사실 마음은 편안한데, 아직 내 머리 속에는 여러 생각들이 있어서 이 걸 한번 정리해보는 시간도 필요할 것 같다. 이번 연휴 때 푹 쉬면서 한번 파헤쳐 봐야지. 물론, 당연히도, 또 격변의 시기가 올 것이다. 아직은 드러나지 않은 문제들을 다시 해결해야하고, 그 과정이 쉽게 이뤄지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제는 이걸 나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해결해나가야지, 라는 작은 의지, 그리고 믿음이 조금 생긴 상태다. 이번에는 가능할 것 같다는 긍정적인 시그널이 든다.

그래도 참 다행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행이다. 늘어지는 저녁을 참 간만에 보낸 것 같다. 다시 한번 에너지 충전해서 해야할 걸 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는 나의 시간을 만들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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