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임 공간

하루를 마무리하는 노래 - 악동뮤지션 <물만난 물고기>

레이21 2021. 9. 23. 21:11

https://www.youtube.com/watch?v=YMgFEl5h8nI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지나가는 사이에서 공기를 들이마셔본다. 흘러가는 계절을 느끼기 위해 바람을 느껴본다. 가을이 다가오고 있어서 그런치 센치한 감정이 느껴져서, 현재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짧은 글을 써보는 날.

오늘은 연휴가 끝나고나서의 여파인지 정신이 없었다. 여러 번의 회의를 하고, 결정된 사항들 중 내용 정리하여 일을 나눠서 차례대로 진행한다. 이것 저것 신경을 쓰다보니 어느덧 퇴근시간이 코앞이었다. 터덜터덜 몸을 움직여 집으로 걸어본다. 어떤 특정 감정도 느껴지지 않고 그저 멍-한 상태로 집으로 향했다. 그러다가 딱 하나의 다짐을 한다. 오늘은 맛있는 저녁을 사먹어야지, 먹고싶은 메뉴는 분명했다. 핸드폰을 들어 포장 주문을 시킨다.

오늘은 집에 혼자 있는 날, 주섬 주섬 걸어온 집에서 불을 켜서 어두운 집안을 밝혀본다. 포장지를 뜯고 허기진 배를 채워넣는다. 이상하다. 배고픔은 가셨지만 노곤함, 피곤함은 남아있다. 어제 잠을 깊게 못잔 탓일까, 쉬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일을 처리했기 때문일까, 오늘 마무리해야하는 글쓰기와 독서를 하기 위해 침대 위에 앉아서 노트북 앞에 앉아본다. 정적을 이기지 못하고 노래를 검색하여 듣기 시작하는데, 언제 들어도 좋은 - 기쁠 때나 슬플 때나 - 악동뮤지션 노래 플레이리스트를 킨다.

악동 뮤지션의 <항해>는 개인적으로 정말 사랑하는 앨범으로, 음악을 듣는 내가 어떤 상황에 있는가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오늘처럼 조금 마음이 허하고 지친 날에 들으며 위로의 노래가, 센치한 감정일 때 들으면 마음의 감정의 파도가 격해지는 격정을, 기분 좋을 때 들으면 따뜻한 느낌이 든다. 이 앨범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는 타이틀인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한거지>(어이사널)인데, 개인적으로 이 앨범은 모든 노래를 추천할 만큼 앨범 전체가 훌륭하다. 오늘 연속 재생으로 듣는 1곡은 바로 <물 만난 물고기>, 이 노래는 언뜻 들으면 슬프고, 언뜻 들으면 신난다. 묘한 분위기의 노래.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건 가사, 참 시적이다. 

 

한바탕 휩쓸고 간 폭풍의 잔해 속에 덩그러니 남겨진 마지막 작품

독백의 순간을 버티고야 비로소 너는 예술이 되고 또 전설이 되었네

“너는 꼭 살아서, 죽기 살기로 살아서, 내가 있었음을 음악 해줘”

그는 동경했던 기어코 물을 만나서 물고기처럼 떠나야 했네

“우리가 노래하듯이, 우리가 말하듯이, 우리가 예언하듯이 살길 LIVE LIKE THE WAY WE SING”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항상 고민이 되고 배 위에 떠다니는 것 같다. 그런 고민을 하던 도중에, 배 위에 있는 스스로만 보지 말고 바다를 바라봐, 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찌되었든 나는 떠다니는 배 위에 있고, 노를 저어야 한다. 침울해하지말고 일단 앞을 바라보고 노를 저어, 라고 따뜻하게 위안을 주는 것 같은 곡. 

오늘은 위로 받는 노래 한 곡과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