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임 공간

양조위를 좋아하세요?

레이21 2021. 10. 4. 20:06

대체 휴일, 하루 더 연장 된 주말의 마지막 날, 오늘 원래 세웠던 목표는 조조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어제 침대에 누으며 패기 있게 조조 영화를 보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눈을 떠보니 이미 조조 영화 시간이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다시 영화 시간을 살펴보니 또 애매한 시간에 걸쳐져 있어서, 집에서 가까운 곳보다는 조금 더 거리가 있는 곳으로 가야할 것 같았다. 고민하며 침대에 누워있는데, 옆집에서 어마 어마한 공사소리가 들려서 선크림만 바르고 바로 나와버렸다.

11시가 조금 안된 시간, 아점을 먹기 위해서 근처 식당에 간다. 원래는 연어 덮밥을 먹고 싶어서 바로 그 집으로 직행했는데 아쉽게도 30분 후부터 장사를 시작한다고 하여 아쉬운 발걸음으로 근처 쌀국수 집으로 갔다. 역시 아침은 쌀국수지, 아침과 점심을 함께 하는 식사로 뜨끈한 쌀국수는 제격이었다. 혼자 맛있게 먹고 영화관으로 직행했다. 

오늘 보기로 한 영화는 계속 마음에 담아뒀으나 이제야 보는 영화, 바로 <샹치와 텐링즈의 전설>이다. 이 영화를 꼭 봐야할 이유가 있었다면바로 배우 '양조위' 때문이었다. 과거에 이상형을 꼽을때 나오는 사람 중 양조위는 빠지지 않았을 만큼, 양조위를 좋아했다.(하지만 내 주변은 양조위를 몰라서 슬펐다) 영화 보고 나니 양조위 찬양을 안할수가 없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TOP 5 안에 드는 영화는 왕가위의 <중경삼림>이다. 분위기, 배경, 음악, 배우, 양조위 눈빛  뭐 하나 빠지는 것 없고, 결정적으로 홍콩영화와 양조위에 빠지게 된 첫 번째 영화가 바로 <중경삼림>이었다. 집에 있던 DVD를 틀었는데 운명처럼 만난 작품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Yh87974T6hk

홍콩 영화의 전성기였던 90~00년대 시기를 휩쓸었던 홍콩 배우 양조위. 그가 나온 작품은 보지는 않았어도 들어는 본 작품들은 많을 것이다.  <무간도> <중경삼림>,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멋쟁이 아저씨 양조위가 마블 영화에 출연하다니! 이미 중년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멋있고 눈빛이 살아있는 그의 연기가 보고싶었다. 양조위의 가장 큰 매력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겠지만 바로 '눈빛'이다. 눈에서 모든 감정이 느껴지는데, '눈으로 말해요' 대회 나가면 상탈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역할을 맡든 슬픔, 기쁨, 방황 등 모든 감정을 눈빛으로 표현해내니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중경삼림>에서 왕페이를 바라보는 장면은 물론, <무간도>에서도 정체성까지 혼란이 와서 힘들어하는 '진영인'의 역할에 우리가 빠져든 것도 그의 눈빛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무간도> 진영인, 1-3편 모두 완벽하다
내가 태어난 해에 나온 <중경삼림> 속 양조위, 눈빛 연기가 20년이 흘러도 그대로다
<샹치와 텐링즈의 전설>의 웬우, 여전히 눈빛이 살아있다. 

마블의 최초 아시안 영화인 <샹치의 텐링즈의 비밀>에서 그는 샹치의 아버지 역할 -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텐링즈'라는 무기로 살아남은 웬우 역할을 맡았다. 기존 마블 영화 시리즈에서도 아시안이 종종 나오긴 했지만, 단독 주인공으로 나온적은 없었기에 기대가 되었다. 대기업의 무술 영화는 어떠할지, 꼭 영화관에서 보고 싶었다. 결과는? 꽤 만족스러웠다.

물론 스토리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지만, 아마도 양조위를 몰랐던 사람도 이 영화를 보면 양조위만 생각날 것이다, 라고 확신이 들 만큼 어마어마한 존재감이었다. (주인공 샹치 미안해요) 영화의 전반에 나오는 장면들은 90년대 홍콩/중국 무협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인데, 마블의 '자본'이 더해지니 참으로 눈이 호강했다. 무협 영화 매니아인 아버지가 보면 좋아하겠군,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누구든 양조위 영화 한번만 보면 빠져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몰려드는 덕심을 글로 잠재워보고자 했지만 한동안 다시 양조위 앓이를 할 것만 같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기존에 봤던 양조위 영화를 모두 찾아보고 싶은 건 물론, 안 본 영화까지 보고싶어졌다. 나 빼고 다 본듯한 <적벽대전>이 이번에 넷플릭스에 올라와서 바로 찜꽁 해두었다. 다음 주 주말에 TV 넷플릭스로 정주행해야지, 주말 꿀같은 휴식 리스트에 양조위 영화를 살포시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