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임 공간

레드라이트 - 혼돈의 시기

레이21 2021. 11. 6. 21:18

간만에 쓰는 글쓰기. 30일 매일 글쓰기가 끝난 이후 시간이 벌써 3주가 흘렀다. 그 사이에 조금은,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들이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거의 3주간 지속되는 상황으로 조금은 정신적으로 지쳐가는 시기라는 것이 느껴진다. 빠르게 지나간 평일, 그리고 그 3주 동안 벌어진 일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회의는 괴로워

시작은 비상 상황 발생. 갑자기 저조해진 매출 퍼레이드로 빨간색 비상등이 켜지게 되었다. 그래서 각 팀별 대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긴급 회의가 시작되었다. 뭔가 그전에도 빠르게 변화했지만 이제는 앞으로 방향성이 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가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뀌었다. 오늘 오전에 내린 어떤 의사 결정이 마치 진화라도 하는 마냥, 오후에는 새롭게 변해있었다. 처음 듣는 결정 사항들로 인해서 갑자기 액션플래닝들이 모두 기각되거나 혹은 다시 시작되는 일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가장 힘들었던 건 다름 아닌 '회의'였다. 기존에는 한 주에 1-2번 각 파트별로 했던 회의가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진행하는 데일리 회의로 바뀌게 되었다. 회의를 한다고 상황이 개선되는 건 아니지만, 여러 머리를 맞대서 개선안이 나오길 바라는 그런 일말의 희망이 디폴트였던 회의. 하지만 문제는 방식이었다. 가장 높은 상급자의 시간이 되는 시간에 미팅 시간이 통보되었고, 오후 8시에 회의가 시작되었다. 무슨 회의를 하는지 들어가봐야 알았고(미팅 아젠다가 뭔지도 모르고 들어가는 회의..) 브레인스토밍에 가까운 회의가 거의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역시 가장 힘든 건 모두가 지쳐간다는 것이었다. 나를  포함해서 사람들은 빠르게 지쳐갔고, 불만 관련된 사항들도 점진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상급자, 실무자 모두. 서로가 서로를 이해 못하는 안 좋은 징조를 포착했는지, 어떤 날에는 하루종일 개인 면담만 진행했는데, 그 과정 역시 순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였다. 폭주하기 일분 직전의 분위기가 이어져서, 참 어쩌다가 이렇게 됬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 외에 불안감, 스트레스, 그리고 어두운 분위기가 짙은 안개처럼 물씬물씬 내가 있는 사무실을 감쌌다. 

네? 회사를 사랑하라구요?

상급자들과 만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점점 우리에게 바라는 위시 리스트가 쌓여가고 있다. 급변하는 회사의 방향에 공감해주기를, 힘든 상황이니 만큼 평소보다 시간을 30% 더 써주기를. 더 나아가 이 회사를 사랑해주기를. 수평적인 걸 표방한다고 하지만, 우리의 생각은 듣지 않은 채 그저 자신들이 바라는 것만 우다다  말하는 모습속에서 우리가 느꼈던 건 뼛속까지 깊은 수직 그 자체였던 것 같다. 회사의 비전과 의미를 사랑하라는 것이 이제는 강요되는 것으로 느껴진다. 사실 그게 제일 어려운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내 브랜드/서비스가 아닌 이상..) 점점 더 강요의 분위기가 지속 되게 된다면.. 더 혼돈의 시기가 찾아올 것만 같다. 

글쎄, 각자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회사를 사랑하면 물론 좋지만, 그것을 무조건적으로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은 절대 회사의 권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굳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조금은 더 시니컬한 마음도 들 정도로. 몇 개월 전에는 회사에 대한 다른 고민이 있었는데, 이번 상황은 좀 더 스케일이 커진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3주 동안, 내가 해야할 의무는 최선을 다했지만 조금 떨떠름하게, 재미 없게 한 비중이 많았던 것 같다. 어디로 가야할지 방향성을 세우고 그 방향으로 가기위해 논의를 한다면 재밌겠지만, 근 3주간의 활동은 그 방향성으로 가! 하고 명령하면 배 밑에서 노를 저어야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 같았다. 

언젠가부터 나 역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오늘 하루도 무사히..' 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했고, 외부의 것들은 외부의 것이다, 라고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어느 순간은 파도에 정면으로 부딪혀서 뒤집혀지는 나날들도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이제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하지? 라는 일말의 불안감과 피로감이 이과수 폭포처럼 생각이 쏟아지는 때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 자도 피로감이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여러모로 혼란의 시기를 지나가고 있는 와중에 작성해보는 현재에 대한 글쓰기.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것인가? -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아직은 작성이 덜 된 상태다. 우선은 현재 상태를 조금 더 지켜보려고하는데, 이 상황이 3주차, 이제는 한달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결정이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액션을 취해봐야겠다는 생각까지는 이른 상태다. 가을이 접어져 겨울에 다다르는 시점, 부디 암흑의 시기로까지는 이어지지 않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