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발견 공간

흔들리는 마음 속에서 내 헛헛함이 느껴진거야

레이21 2021. 11. 28. 09:43

연말이 되어가는 11월 어느 날,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시기가 많은 요즘이다. 한 해가 마무리되어가고 있다니! 10월 까지만 해도 딱히 한 해가 저물어간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11월의 마지막 주차가 되니 새삼 2021년의 끝자락에 와있음이 체감이 된다. 사실 11월은 어떻게 흘러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그저 흩어진 여러 부정적인 감정들과 생각들이 혼재되어, 다른 월 대비 '감정적으로 흘러간 월' 이었던 것 같다. 마음이 헛헛한 11월이었다.

하루에 1-2줄이라도 남기는 하루 일지를 못 쓰는 날도 많았고, 감정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화산처럼 쏟아져나오는 생각과 감정을 추스리느라 흘러간 하루 하루가 많았던 것 같다. 왜일까,를 생각해보면 외부에서의 여러 가지 상황들과 내 감정 상태에 영향을 많이 끼쳤던 것  같다.

후임과 상사의 안 좋은 상황이 1-2주 내내 이어졌고, 매출 비상이 생기면 긴급 회의와 함께 끝없는 브레인스토밍 - 지금은 그나마 매출 상황이 조금 나아졌지만 언제 비상 상황이 닥칠지 모르는 불안감. 주변 동료들과 최근 이야기하는 주제가 80% 이상 이직 관련 주제인 것. 그 와중에 혼자 해결해나가기는 어려운,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것 같은 업무로 인해 괜시리 미리 불안감에 빠지는 날들, 이런 상황들이 쭉 이어져왔다.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도, 새로운 걸 배워보려는 도전을 해도 요새는 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와 같은 자괴감과 함께 '그래도 이걸 해야지 더 나아질 수 있지'라는 내적 성장 욕구와 충돌했고, 그 속에서 어떤 뚜렷한 결단도 내리지 못한 나는 결국 눕는 걸 선택하고 말았다. 

그래서 현재의 내 상황은 한 마디로 애매-하다. 사실 위에 기술된 문제들 중 사실상 해결된 문제는 하나도 없다. 그냥 잠시 폭발하지 않고 있는 땅 위를 아슬아슬하게 걸어가고 있는 것일뿐. 몇 달 전의 나처럼 - 빠르게 훌훌 털고 다시 열심히 해보자! - 상태로 좀처럼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커피를 마셔도 좀처럼 예전 만큼 빠르게 각성이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기분 전환으로 먹는 달콤한 커피/간식은 잠시동안만 힘을 줄 뿐, 이후부터는 극심한 피로감을 증폭시킬 뿐이었다.(안 좋은 영향을 끼친 것을 실제로 겪고나니, 일시적 것으로는 마음과 정신의 헛헛함을 달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현재 이리 저리 섞여있는 감정 덩어리를 잘 파헤쳐보면, 그 감정의 중심에는 불안감, 선택을 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그로 인한 후회 - 전반적으로 정신적 헛헛함이 큰 축을 담당하고 있었던 듯 하다. 이런 감정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이지 않은 행동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무기력증,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상태 등.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생각하여 실제로 아무것도 안하면 자괴감에 빠지는 악의 굴레임을 알기에, 몸을 일으켜 조금이라도 다른 것을 해보려고 하지만, 최근에는 그 동앗줄마저 잡지 않은 나날들이 많았다.

11월 내내 안 좋은 상황에 대해서만 글을 쓰는 것 같다. 괜찮아졌다가, 안 좋아졌다가, 다시 괜찮아졌다가. 솔직히 지치는 게 크다. 그냥 아무 것도 안하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멈추게 되면 다시 나아가기 쉽지 않다는 것을 내면 깊은 곳에서 알고 있기에, 아직은 불안정한 상태임을 인정하고 내가 나를 도닥이고 부축여 다시 걷는 수 밖에 없겠다. 상황이 나아지리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의 대처 방법 - 내가 마음가짐을 바꾸는게 낫겠다는 결론이, 글쓰기를 통해서 조금 윤곽을 드러낸 것 같다.

멈춰 있는 나를 도닥여본다. 마음의 헛헛함을 인정해본다. 괜찮아, 괜찮아. 잠시 쉬고 다시 나아가면 된다.
잠깐 무기력증에 빠져도, 괜찮아.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가 좀 더 단단해지면 더욱 좋고)
상황이 나아져 다시 이런 일일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확신은, 이제는 하지 말자. 삶은 계속 되고, 어짜피 이런 일들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펼쳐질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