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임 공간

어떻게 회사까지 사랑하겠어, 나를 사랑한거지

레이21 2021. 12. 5. 11:39

오늘은 최근 발생한 억울한 일, 그리고 고민하는 현황에 대한 글쓰기. 

결론부터 얘기하면 참으로 억울한 일이 발생해서 회사에서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한달 간의 준비를 통해 최종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게 된  타업체와의 협업 업무 준비가 시작되었었다. 넘기게된 업무가 기존에 내가 했던 업무였기에, 그리고 나는 새로운 업무 혹은 다른 일을 해야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었다.(일을 바로 넘길 수 는 없으므로, 준비 단계가 필요했다) 그래서 스스로 고민했다. 나는 무슨 일을 해야하는가? 가장 마음이 편한 건 위에서 '너 이거 해'라고 지시하는 일이겠지만, 사실은 이 사항에 대해서 누구도 신경써주지 않았다. 그래서 또 혼자 고민하는 시간밖에 없었는데, 이 고민의 시간에서 늘어나는 건 걱정밖에 없었다.

일이라는게 '이거 제가 할게요'라고 말하고 혼자 하기 애매한 일들도 있고, 그리고 현재의 나에게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아직 하기는 어려운 일'이 있었다. 그래서 혼자 고민하다가 다음주 정도에 말을 해봐야지, 라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 주 중 갑자기 나를 회의실로 불렀다. 그리고 시작된 청문회. 왜 이걸 안했냐, 왜 저건 안했냐, 왜 그게 중간부터 진행이 되었냐, 왜 처음부터 그걸 다른 방식으로 했냐 등 타박을 받았다. 솔직히 처음에는 당황스러웠고, 억울했다. 업무적으로 나는 분명 공유한 사항이고, 그걸 문제 삼으려면 그게 시작되었을 시기에 문제를 삼았어야지, 이미 시기는 한참 지나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아무런 안내도 없이 내 업무에서 요구하는 기준들과 범위들이 높아지고 넓어져 있었다. 그냥 그들에겐 '너가 그 일을 안한거다'라고 결론이 나버린 것이다. 

회사에서 절대 울고싶진 않았지만 억울함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서버려서, 결국 눈물이 터져버렸다. 기존에는 내가 하는 업무를 신경도 안쓰다가 뒤늦게서야 타박을 하는 상황이 참, 억울하고 억울했다. 눈물이 터진 것을 눈치 채고나서 갑자기 수습하려는 모습이 이어졌다. 뒤늦게서야 나에게 그 모든 책임을 무는 것이 아니다, 신경 못써줘서 미안하다는 말이 나왔지만 이미 나에게는 앞에서 쏜 화살들이 콕콕 박힌 상태였다. 온 몸의 수분이 모두 빠져나오고 물을 마시면서 진정을 한 다음에, 남아있는 꼭 해야하는 일들만 처리하고 퇴근을 했다. 

그래서, 주말 간 생각 정리를 해오라고 해서 어제는 안하고 오늘 하려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솔직히 다 부질 없다고 느끼는 마음이 크다. 내가 뭘 하고 싶던 말던, 그게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인지도 이제는 모르겠고 대표와 다른 팀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현재의 내 업무 자체도 싫어졌다. 갑자기 주어진 책임이 너무나 무겁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높은 책임을 물 것이라면 나는 지금 일을 하기 싫다. 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것을 감내할 수 없다. 책임 지기 싫다는 말은 가능하면 정말로 하고 싶지 않았지만, 위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계속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오래 버틸 자신이 없다. 1-2주 단위로 급격하게 변하고 당장의 매출로 인해 압박감은 물론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이미 한달을 넘겼기에, 나도 모르는 새 내 마음은 너덜너덜해졌다. 자존감까지 낮아지게 만드는 여러 상황들이 힘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최근 연인과 회사 관련 얘기를 나누며 힘든 모습을 보이니, 이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것을 다시 고려해보고, 자존감까지 낮아지면서까지 다닐 필요는 없다고 말해줬다. 그냥 좀 쉬고, 천천히 다시 알아보자 라는 말과 함께.. 참 따스한 말이지만 이 말은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불안과 걱정으로는 휴식은 최선책이 맞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위로를 듣고, 글로 상황을 정리하며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조금은 감정적으로 안정화가 되었고 생각정리도 조금은 된 것 같다.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선택만이 남았다. 

일단 현재의 나는 온전한 휴식을 받아들이기에는 그 전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고민과 걱정거리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걱정과 불안의 껍데기를 벗겨보면, 앞으로 어떻게 밥 벌어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 당장 이 회사를 나와서 잠깐 휴식하면서 멘탈 회복은 할 수 있겠지, 근데 그 다음 스텝은?  갑자기 로또가 당첨되거나 나도 모르는 숨겨진 조상님의 통장으로 풍족한 자산이 생기지 않는 이상 결국 나는 스스로 벌어먹고 살아가야한다는 미션이 있다는 것. 혹은, 다른 길도 모색해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을 것 같으니, 우선은 단기적인 시각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로드맵을 그려보는 시기가 왔다고 받아들이려고 한다. 

나중에는, 물론 꼭 회사가 아니라 다른 길이 될 수 도 있다는 가능성은 있지만, 어쨌든 돈을 벌 수 있는 역량 자체는 필요하다는 것. 우선은 힘든 마음은 추스리고 나 자신과의 대화의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간만에 종이와 펜만 들고 작성의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8월에 종이와 나 시간을 가졌으니, 한 분기가 지나고 2021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제는 다시 마주할 시간. 오늘의 글쓰기는 감정이 너무 많이 엉켜서 올려도 되나, 고민이 되지만, 그래도 글쓰기를 통해 차분한 상태로 돌아온 것 같다. 어제 많이 놀았으니 오늘은 나에게 집중해보도록 하자! 

 

 

'끄적임 공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년 OKR 작성하기  (0) 2021.12.25
TGID - 땡스 갓 잇츠 디셈버  (0) 2021.12.12
나를 사로잡는 '생각'과 거리두기  (0) 2021.11.21
이번주 짧은 단상  (0) 2021.11.14
레드라이트 - 혼돈의 시기  (1) 2021.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