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임 공간

날씨를 잃어버린 2020년의 끝자락.

레이21 2020. 11. 1. 16:00

#1 - 날씨를 잃어버렸어

 

어느덧 쌀쌀한 겨울이 다가옴을 느끼는 주말의 오후. 

아직 본격 겨울은 아니지만, 깊은 장롱 속 넣어두었던 전기 장판을 비롯하여 두꺼운 이불과 수면 양말을 꺼내고,

플리스, 경량패딩 등 옷장 속 들어있던 옷을 주섬주섬 꺼내고 있다. 

다가오는 겨울을 준비하면서 2020년도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구나, 생각을 한다. 

 

최근 좋아하는 아이돌의 신규 앨범이 나와서 늦은 야근을 마치고 퇴근길에 처음으로 노래를 들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을 잃어버린 10대들의 일상을 얘기하는 '날씨를 잃어버렸어'라는 노래를 반복재생하며 들었다. 

이 곡은, 우리들의 바뀐 일상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곡이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 날씨를 잃어버렸어>

https://www.youtube.com/watch?v=-t8wo-6WiLM

날씨를 잃어버린 우리 시곈 겨울에서 멈춰 서 있어

Cause we lost the summer

When we lost each other 

나의 계절을 돌려줘 Oh it's all gone

영원한 Winter

Now I just miss ya

우릴 돌려줘 Oh it's all gone

 

하루 이틀 일주일 또 한 달 일 년을

나홀로 걷고 있어 서툰 이 제자리 걸음 

We lost the summer

악몽 같은 한 주를 또 한 달 일 년을

널 다시 보고 싶어 빛나던 우리의 여름 

Long gone we lost the summer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그 날 처음 메일을 보낼 때, 첫 인사로 시작하는 나만의 룰이 있다.

바로 서면 인사를 그날의 날씨와 함께 연관지어서 하는 것.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시원한 하루 시작하셨길 바랍니다. 

쌀쌀한 날씨가 시작된 한 주 속에서, 건강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금주 일교차가 심하다고 합니다,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별건 아니지만, 하루종일 주고 받아야 하는 메일을 나름 기분 좋게 시작하려는 데서 시작한 인사.(우스개소리로 회사 사람들이 나를 '날씨봇'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변화하여 밖을 나가는걸 두려워하게 되고, 답답한 마스크가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린 하루 속에서,

나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의 표정을 읽을 수 없고 이제는 더 이상 서로를 보지 않는다.

 

콘서트, 축제, 00박람회 등 오프라인에서 이뤄졌던 활동이 '언택트'라는 이름으로 온라인/모바일로 이뤄지고 있다. 

원래 배달앱을 안 쓰고 바깥에서 음식을 사오던 나도 어느새 배달 앱에 익숙해지고, 줌 미팅으로 진행되는 회의에도 익숙해지게 되었다. 

이 이외에도 실제 취업 현장에서는 AI면접, 화상 면접 등 정말 고작 몇 년 전 과는 다른 양상이 일어나고 있고,

여기에서 적지 못한 무수한 변화들이 이미 우리의 일상 속을 점령했을 것이다. 

 

우리는 날씨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왁자지껄 놀거나, 혹은 한달 동안의 스트레스를 풀기위한 코인 노래방에 가거나,

콘서트장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떼창하거나,  혹은 생전 처음 가보는 나라에서 길을 잃어보는 등,

정말 사소했던 일상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든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어쩌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옛날 일상에서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내야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