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임 공간

KNB MOVEMENT SERIES 6 (KNB 무브먼트 시리즈 6) 후기

레이21 2021. 8. 29. 19:39

오늘은 간만에 문화생활을 한 날. 국립발레단의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MOVEMENT SERIES 6 (KNB 무브먼트 시리즈 6)를 관람하고 왔다. 2015년부터 시작하여 발레단 아티스트가 직접 안무를 짜고 작품 무대를 보여주는 시그니처 공연인데, 이번엔 티켓팅 날짜를 놓치지 않고 티켓팅하여 관람을 했다. 

https://www.sac.or.kr/site/main/show/show_view?SN=42428#n

 

KNB Movement Series 6 & Evening Gala

2021-08-28(토) ~ 2021-09-05(일)
CJ 토월극장
(재)국립발레단

www.sac.or.kr

총 8개의 작품이었고, 모두 개성이 넘치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인 주관으로 Best 3를 꼽는다면, 다음 3가지였다. 

1) 강효형 - 마네킹 스토리(Mannequin's Story)
배경음악은 너무나도 익숙한 멜로디로 시작. 바로 기생충 OST였다.(믿음의 벨트) 주요 스토리는 아주 간단했다. 영업을 준비하는 가게 주인이 마네킹을 옮겨놓고, 문밖으로 나가자 마네킹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주인이 없는 시간, 그들만의 자유다. 토이스토리와 같은 생각에서 출발한 안무작품은 너무나 유쾌했다. 마네킹들이 춤을 추며 마네킹 같은 포즈를 취하지만 서로 춤을 추는데 너무나도 자유로움이 넘쳤다. 즐겁게 춤을 추지만 시간이 지나고, 주인이 올 시간. 다시 제자리로 간 마네킹이 포즈를 취하는 순간 가게 주인이 들어오며 끝이 났다. 
 스토리 라인이 간단하고 컨셉도 명확하고, 정말 유쾌한 시간이었다. 노래도 기생충 OST여서 정말 영화처럼 주인이 가자 집을 누비는 가족들 같기도 했다. 

2) 배민순 - Hero

9명의 남자 무용수가 등장. 독무를 추는 남자 무용수들 사이로 나머지 무용수들이 춤을 춘다. 무용수 3명씩 짝을 지어 같은 듯, 다른 동작을 하며 각자만의 춤을 춘다. 남자 무용수로만 가득차있어서 그런지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진 무대였다. 발레 동작 이름까지는 모르더라도, 고난이도 동작들이 펼쳐지고 무대를 볼수록 각각 무용수만의 개성을 발견할 수 있었던, 그런 무대였다. 이번에 관람한 무브먼트에서 가장 파워풀한 무대였다!
 이 무대를 보고 '안무가는 대체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았을까' 궁금해서 안무가의 작품 취지를 보니, 그가 어떤것을 의도했는지 알게된 무대였다.

"이 무대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사람은 각자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서로 다른 색깔의 무용수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진다면? 같은 작품에서 같은 동작으로 춤을 추면서 자기만의 색깔로 작품을 표현한다면? 이라는 궁금증으로부터 작품을 안무하게 되었다."

3) 김경림 - Dear

이 안무작품의 설명은 딱 한줄이었다. 추신, 나도 네 꿈을 꿔(윤희에게)

이렇게 간단한 작품 설명이 있다니! 무대로 승부하겠다는 것이 절절히 느껴졌다. <윤희에게>라는 작품을 보지는 않았지만, 무대를 보는 시간 서로를 절절하게 그리워하는, 그런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발레는 사실 감정 폭을 전달하는데 탁월한 예술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번 안무에서 '그리움' '절절함'을 역력하게 느낄 수 있었다. 무용수가 여자 무용수 둘 밖에 안나오지만, 오히려 무대의 여백과 더불어 꽉 찬 무대를 관람한 느낌. 먹먹한 여운은 이 작품이 가장 컸다. 영화 <윤희에게>도 조만간 관람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리스트에 올려둔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82387

 

윤희에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윤희' 앞으로 도착한 한 통의 편지.편지를 몰래 읽어본 딸 '새봄'은 편지의 내...

movie.naver.com

 

위의 세 작품 뿐만 아니라 박슬기 <Imagine>, 김나연 <틈으로 스며들다>, 박나리 <Shinning star> 신승원 <아르모니아> 이영철 <죽음과 소녀> 라는 작품도, 각 무용수/안무가가 뽑은 주제를 아름다운 노래와 안무로 감상했다. 

안무 작품을 모두 관람하자, 이영철 수석 무용수의 은퇴를 기념하는 영상이 시작되었다. 사실 예매할때만 해도 전혀 몰랐는데, 오늘이 바로 수석무용수 이영철의 마지막 현역 무대였다고 한다.
몇 십 년의 무용수로서의 은퇴 후, 국립발레단 발레마스터로 활동하게 된 그의 제 2의 인생을 응원하는 무용단원들의 영상 편지, 그리고 모든 무용수와 감독들이 무대에서 꽃을 주며 은퇴/제 2의 인생을 축하해줬다. 그러고보니, 약 2년 전에 있던 김지영 퇴단 무대도 관람했었던 기억이 났다. 김지영의 발레 작품은 많이 봤기에 퇴단식 때 정말 뭉클했지만, 이영철 무용수의 무대는 많이 못 봐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들었다. 

은퇴라는 말을 들으면, 뭔가 '끝'이라는 이미지였는데, 이 퇴단식에서는 축하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은퇴했다고 삶이 끝난게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을 여력히 느낄 수 있었던 부분. 

KNB 무브먼트 시리즈의 취지는 무용수들의 새로운 안무 역량 발굴도 있지만, 무용수들이 은퇴 후, 제 2의 인생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무용수와 운동선수 모두 현역 시기가 일반인 대비 짧은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무대를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서 이후의 삶까지 지원을 해주는 것이었다.이렇게 은퇴 후의 삶까지 지원을 해주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무용수에게는 정말 좋은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 최근 나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방향성에 대해 고민이 많은 상태에서, 이렇게 새로운 시작을 축하해주는 것을 보니 참 여러 생각이 든다. 나도 이렇게 개인적인 프로젝트로 다른 삶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야할까, 에 대한 작은 씨앗이 자라나기 시작했다고 할까. 물론 갑자기 모든 것을 다 내팽겨치지는 않겠지만, 좀 더 방향성을 명확히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도 조금씩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레를 보러갔는데, 은퇴 후 새로운 삶에 대한 씨앗을 뿌려준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하다.

오늘의 감상을 잊지 않기 위해 빠르게 써본 오늘의 글쓰기. 공연을 보고 집에 오는 길에 본 아름다운 하늘, 주말을 기분 좋게 마무리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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