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공간

무기력 받아들이기

레이21 2021. 9. 5. 21:24

바다 위에 표류하는 배 한척에 몸을 맡기고 살고 있었다. 그날의 바람이 어떻게 부는지 대략 예측하며 파도를 헤쳐가는 데, 어느 순간 파도가 쓰나미처럼 몰려온다. 이러한 파도들을 견디는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 순간 배 한척 위에 있는 것이 의미있는가-에 대한 철학적인 생각으로 이어진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바다 위에 떠오르는 튜브처럼 떠올랐다. 아무래도 온 것 같다. '무기력'님이.

원래 자주 찾아오는 손님이었다. 처음에는 무기력이 찾아왔는데 잘못오셨어요,하고 돌려보내곤 했다. 그런데 자꾸 찾아오고, 심지어는 아예  문 밖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잠깐 어딜 가더니 또 다른 친구인 '번아웃'을 데려왔었다. 그래서 지금은 무기력이 찾아오면 일단 집으로 모신다. 또 오셨네요, 차 한잔을 내준다.  무기력은 <상처받은영혼>에 나오는 용어를 빌리자면 내 마음 어딘가에 막혀있는 에너지로부터 파생된 에너지와 같은 것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냥 찾아오는게 아니라, 내 막혀있는 에너지가 오래 고여서 발생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선은 무기력을 받아들이며, 내 어딘가가 막혀있나 살펴본다. 

이번 주말은 육체/정신이 전반적으로 피로해서 생산적인 것을 최소화하고 그냥 무기력함을 받아들였다. 저녁이 되니까 조금 이 무기력함의 근원이 무엇인지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 컨디션이 최하를 찍으며 능률과 효율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을 하지만, 그에 대한 조언이라던가 해답은 당장 찾을 수 없기에 그에 대한 답답함이 있었고, 계속 마음 속에 불만 덩어리가 쌓여갔던 것 같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운동을 안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래서 운동은 당장 오후에 진행했고, 날이 많이 풀렸으니 유산소를 성공하면 스스로에게 무언가 상을 줘야지 - 하고 노트북 앞에서 메모를 해둔다. 

아무것도 하기 싫거나 무기력함이 온다면, 일단 받아들이기, 받아들여야 찬찬히 살펴보고 조금씩 흘러보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저녁을 보내고 있다. 유튜브 생각 비우기 영상을 따라하며 호흡을 해본다. 조금 정신이 깨인 것 같다. 컨디션을 충전해서, 다시 배를 탈 준비를 해야겠다.